“사흘 후에 성전에서 만난즉 그가 선생들 중에 앉으사 그들에게 듣기도 하시며 묻기도 하시니 듣는 자가 다 그 지혜와 대답을 놀랍게 여기더라 그의 부모가 보고 놀라며 그의 어머니는 이르되 아이야 어찌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하였느냐 보라 네 아버지와 내가 근심하여 너를 찾았노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나이까 내가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될 줄을 알지 못하셨나이까 하시니 그 부모가 그가 하신 말씀을 깨닫지 못하더라”(눅 2:46-50)

여름이 되면, 저마다 가족과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산이나 강, 그리고 바다로 여행을 다녀올 겁니다. 팍팍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매일 똑같은 삶의 쳇바퀴에 변화를 주는 것은 정말 필요합니다. 그런데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어디론가 다녀올 수 있다면이야 감사하지만, 팍팍한 일상에서 그런 시간, 여유를 찾을 수 없는 가장이라면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해 할 겁니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가족도, 그리고 여러분의 가족도 그런 많은 가족들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그 가족들과 예수님을 알고 있는 내 가족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예전에 이런 발칙한 상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부부싸움을 했을까?” “예수님은 어린 시절 부모님들께 혼난 적이 있을까?”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두고 이런 상상을 한다는 것이 좀 불경스러워 보이기는 합니다만, 요셉과 마리아야 지극히 우리와 같은 사람인지라 때로는 부부간의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이나 다툼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 글쎄요. 그런데요. 성경에 제 상상의 날개를 펴게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유월절이 되어서 어린 예수님과 요셉, 그리고 마리아가 예루살렘에 갔습니다. 그런데 절기를 마치고 다시 나사렛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니, 예수님이 계시지 않은 겁니다. 저는 그 때의 요셉과 마리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년 성탄절에 가족과 함께 나사렛에 갔습니다. 예수님 시대의 나사렛을 재현해 놓은 ‘나사렛 빌리지’라는 곳에서 성탄절을 맞이해서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는 소식을 듣고 꼭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막내 딸, 노하를 잃어버린 겁니다. 눈물이 나려는 것을 꾹 참으며 짧은 5분여의 시간 동안 별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노하를 찾았는데, 아이도 울고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그러고나서 안도와 함께 괜히 아내에게 화가 나더라고요. 아이고, 아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물론 그렇다고 아내에게 화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맹세합니다. 제가 아내에게 화를 낼 정도로 용감하지는 않거든요.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는데, 하룻 길이나 간 다음 아들이 없는 것을 알게 된 요셉과 마리아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면서, 그리고 돌아가서 예수님을 찾는 사흘 동안 정말 별별 생각을 다했을 겁니다.

그런데 성전에 있던 어린 예수님이 부모님과 다시 만났을 때, 예수님께서는 노하처럼 울면서 아버지의 품에 안기지 않았습니다. 대뜸 하는 말이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습니까? 내가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할 줄을 알지 못하셨습니까?” 랍니다. 어휴, 제 아들 같았으면.... 뭐 어쩌겠다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예수님께서도 어린 시절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기도 했던 그저 노하와 같은 아이였을 수 있다는 겁니다.

거룩한 가족 - 요셉교회의 입구에 걸려있는 예수님 가족의 일상을 그린 성화

그럼, 예수님의 가정과 우리 가정은 도대체 차이가 무엇일까요? 저는 나사렛의 요셉교회의 성화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아버지로부터 일을 배우는 예수님. 그리고 그런 남편과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흐뭇한 모습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