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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애니깽의 슬픈 역사 메리다 지역
2024년 11월 10일
중남미 선교를 위한 첫 발걸음 ‘2024 감리회 중남미 선교사대회’와 의료선교 동시 진행
권순정 목사(목회선교지원실)
10월 말, 한국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지만 멕시코 메리다는 한국의 한여름과 같은 날씨였습니다. 낮에 섭씨 30도가 웃돌았으며 모든 것이 느리게 돌아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10월 21일 멕시코 유카탄주 메리다에 도착한 일행은 먼저 메리다 센트로 65번가에 있는 ‘한인이민사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이 건물은 1905년 유카탄주에 첫발을 디딘 한국인들이 1909년 설립된 대한민국민회 메리다지방회 회관으로 쓰다가 1934년 한인 1세대가 소유한 첫 부동산이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첫 이민자들의 역사와 독립운동을 위한 노력들, 애니깽의 애환 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
1905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광고에 멕시코행을 선택한 1,031명의 조선인이 처음으로 멕시코 유카탄주에 오게 되었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혹독한 노예생활이었습니다. 처음 약속의 25%도 안되는 일당을 받으며 용설란 농장에서 4년만 버티면 된다는 희망으로 일했던 조선인 노동자들, 용설란이란 스페인어(에네켄 Henequen)의 우리 식 발음 ‘애니깽’은 그들을 부르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1910년 경술국치로 조선이라는 나라는 사라지고 조선인 여권으로는 돌아갈 곳도 없는 난민 신세가 되었지만 수박 껍질로 가짜 김치를 담가 먹으면서도 독립자금을 모으고 독립군을 훈련시키며 나라를 되찾고 싶어 했던 그들의 흔적이 지금도 메리다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6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인 후손들을 만나기 위한 여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38명으로 구성된 선교팀은 인천공항에서 멕시코시티까지 14시간, 그리고 또 메리다까지 2시간, 주정부의 허가를 받고 갖고 간 약품과 물품들이 세관에 잡히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짐을 돌려받아 선교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우만(UMAN)이라는 도시의 보건소에 도착했을 때, 한국 의사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두 시간 전부터 백 명이 넘는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과, 신경과, 치과,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비뇨기과, 정형외과, 한방과 등 850여 명의 환자에게 2,000여건 이상의 진료를 했으며, 한인 후손들에게는 의료키트를 전달하였습니다.
특별히 이번 의료선교에는 청년의사와 약사 4명이 동행하며 광림의료선교위원회 비전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두 명의 헤어디자이너가 동행하여 120명의 현지인에게 이미용 봉사를 했으며, 사진 촬영, 따뜻한집과 여선교회에서 기증한 물품 전달 등 다양한 선교를 통해 복음을 전했습니다.
의료선교의 소식을 듣고 메리다 보건국과 우만 시장 등이 방문하여 김정석 담임목사와 광림교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으며, 담임목사는 한인 후손들을 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하고 우만보건소와 한멕우정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품을 전달했습니다.
이번 선교는 2019년부터 계획하고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진행하지 못했었습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감리회 중남미 선교사님들이 모일 기회가 없었다는 소식을 듣고, 멕시코, 쿠바, 도미니카, 브라질, 니카라과 등 중남미 선교사 20여 명을 메리다로 초청해 코로나 이후 첫 감리회 중남미선교사회를 개최했습니다.
선교사들을 진료하고, 선교에 필요한 물품과 전도용품, 의약품 등을 전달했으며, 예배와 간담회 등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선교 이야기를 듣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든 선교의 여정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