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 집에서 내곡동에 있는 학교까지 하루에 왕복 50km가 넘는 거리를 출퇴근하며 호렙산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올해 호렙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말씀은 유튜브 라이브로 지하철 첫 차를 타고 오며 듣고, 교회에 도착해서는 기도만 하고 학교로 출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주를 나왔는데, 주말에는 출근을 안 해도 되니 새벽을 깨우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등교 개학을 앞둔 6월 첫 주 주일, 청년부 목요 쉐키나 자리에서 김주송 목사님께서 선포하신 ‘주어진 자리에서 남들이 할 수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사명을 감당하라’라는 에스더의 말씀이 감동으로 다가와 속회의 자리에서 나누었습니다. 근데 그 순간 아이들에게 개학 날 장미를 선물로 주어야겠다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학교가 양재 꽃 시장에서 가깝기는 하나,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포장해서 나누어주려면 다음 날 호렙산을 반드시 교회 버스를 타고 미리 와서 기도를 해야 했습니다. 주시는 마음에 순종하여 첫 날은 거의 두 시간정도를 자고 호렙산에 올랐습니다. 꽃 시장에서는 ‘기적’이라는 꽃말을 가진 ‘파란 장미’를 샀습니다. 아이들과 코로나를 뚫고 이렇게 6월에라도 만나게 된 것이 ‘기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날 이후로 매일 새벽 두시 반에 일어나 호렙산의 자리를 온전하게 지켜가고 있습니다.

초임 때는 가르쳤던 아이들이 제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교사로 나아가며 저의 생각이 바뀐 부분 중 하나는 아이들에게 제가 남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사랑’만이 남았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복음을 접했을 때 그 ‘사랑’이 낯설지 않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호렙산의 자리가 아니었다면,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 순종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한 번의 순종이 저에게는 매 순간 교사로서 나아가는 걸음의 방향성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마음 주시는 무언가가 있습니까? 그런데 그것이 나의 육신의 평안을 포기해야 하는 일입니까? 그렇다면 순종해 보시길 자신 있게 권면 드립니다. 그때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하게 될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