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주님의 응답하심과 외할머니의 세례
2020년 7월 26일
제32회 호렙산 기도회
- 이재영 성도(3교구)
외할머니께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지금 25살인 제가 중학생 때부터 바라고, 최근 들어 온 가족이 간절히 기도드리던 일이었습니다.
지난 15년 가까이 파킨슨병을 앓아 오신 외할머니께서는 몇 달 전 흡인성 폐렴으로 인해 여러 병원의 응급실을 전전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입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머니께서는 하나님께 눈물로 매달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주님을 섬기는 병원인 세브란스에 입원을 허락해주심으로써 응답하셨고, 외할머니가 힘든 치료 과정을 마치고 무사히 퇴원하실 수 있도록 인도해주셨습니다.
두 달 동안 외할머니 곁에서 병간호를 하며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이렇게 복음을 전하지 못한 채 외할머니를 떠나보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외할머니께 교회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절에 다니셨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께서는 언제나 이를 거절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정말로 외할머니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는 지체할 수 없었고 어머니와 함께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번에도 저희의 기도에 응답해주셨습니다. 세례와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외할머니께서는 이전과는 다르게 반대 없이 세례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현하셨습니다. 늘 곁에서 강력하게 반대하시던 외할아버지께서도 외할머니의 세례에 흔쾌히 찬성하셨습니다.
파킨슨병 때문에 휠체어 없이 이동이 힘드신 외할머니를 위해, 목사님께서 외할머니 댁으로 직접 오셔서 전도사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우리 가족들, 그리고 속회 권사님과 집사님까지 모두가 함께 모여 세례식이 진행되었습니다. 문답식으로 세례 서약을 진행하실 때, 평소 말 한마디 떼는 것도 어려워하시던 외할머니께서 또렷하게 “아멘” 이라고 대답하셔서 놀라움과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직 먼 길이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외할머니와 함께 신앙에 대하여, 예배에 대하여, 그리고 주님의 사랑과 기적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들을 나눠야 하겠지요. 이번에 외할머니께서 병상세례를 받으신 것은, 주님께서 저희 가족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셔서, 저희에게 보여주시고 허락하신 시작점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 가운데 함께하시고 역사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