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만나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2021년 5월 9일
내 인생의 말씀
- 김효겸 권사(여선교회총연합회 부회장)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삼상 15:22)
20여년 전 돌아가신 친정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초등학교 때 남산 도동교회의 장로님이셨습니다. 방학 때마다 서울에 와서 뵈러 가면, 할머니께서는 수시로 제게 주일예배 반주를 하면 어떻겠냐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도 성가대가 있었고, 예배 반주자가 있었을 텐데, 할머니는 피아노를 좀 칠 줄 안다는 손녀딸 자랑이 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며 숫기도 없고 고집이 셌던 저는 피아노는 더더군다나 안된다며 울면서 도망가고 구석에 쪼그려 앉기 바빴습니다. 조부모님께서는 제가 결혼 후에도 교회에서 봉사나 반주하는 걸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2006년 여선교회총연합회에서 봉사하기 시작하며, 중학교 때 그만두었던 피아노를 다시 치게 되었습니다. 손이 굳어 음도 빠지고 다른 음도 누르고 부끄러울 때도 많았지만, 그 옛날 배웠던 피아노가 이렇게 쓰임 받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좀 더 잘 쳐야 찬송하는 교인들에게 방해가 안된다는 부담감도 들어 연습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던 중, 당시 계삭회장님께서 각 교회 여선교회마다 연극이나 콩트를 발표하라고 과제를 주셨고, 우리는 찬송 411장을 개사하여 대본을 만들고 열 처녀의 비유를 연습하였습니다. 최인숙 권사님은 어리석은 처녀 역할을 맡아 “문 열어주세요”를 “오픈 더 도아~~”로 바꾸시며 큰 웃음을 주었고, 우리 여선교회의 콩트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다른 감동이 있었습니다. 계삭회가 열렸던 역삼동의 감람교회는 할아버지가 섬기셨던 바로 그 도동교회였습니다. 할머니가 그토록 원하셨던 기도(교회에서의 반주)가 30년이 넘어 이루어졌다는 걸 깨닫고, 진작 순종하여 생전에 보여드렸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후회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가끔 즉시 ‘아멘’으로 화답하지 못합니다. 인간적인 염려가 순종보다 앞설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용기와 지혜를 주시고 함께 할 도움의 손길도 허락하셔서 더욱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기도로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