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넘치게 채워 주시는 은혜
2021년 6월 27일
호렙산 간증
김현정 권사(33교구)
6월 8일, 오후 1시까지 중대병원에 입원하러 가야 한다. 그전에 하고 싶은 일, 못다 한 일을 서두른다. 좋아하던 커피도 한 잔 더 마시고, 그동안 사귄 동네 둘레길도 걸어 보고 화분에 물도 듬뿍 주고, 흡사 잔칫날인 듯 냉장고도 가득 채워 놓는다. 수술 후 컨디션이 어떨지 몰라 4박 5일의 입원 일정을 앞둔 주부의 마음은 생각보다 무겁고 꽤 복잡하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피곤한 줄 모르고 기쁜 마음으로 오르던 호렙산 기도회를 올해는 시작할 수가 없었다. 기도가 가장 필요한 때 오히려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33교구 중보기도제목을 보며 교구 식구를 위해 기도하며 어느 권사님이 매일 목사님 말씀을 단체 채팅방에 올려 주셔서 그 은혜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전도사님이 가정의 중보기도 제목을 알려 달라고 하실 즈음 수술 날짜가 잡혔다. 몇 년 전부터 추적하고 있었던 갑상선 왼쪽에 혹의 크기가 커서 몇 달에 거쳐 혈액, 초음파, 세포, 조직 검사 등을 하며 혹의 종류를 파악하려 했지만 검사 결과는 명확하지 않았다. 의사는 검사 결과 악성일 확률은 40% 정도지만 갑상선 기능저하증도 있어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요새 갑상선 수술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지만 4시간 정도 예상되는 수술시간은 부담되고 더 걱정되는 것은 성대였다. 입원 전 성대 관련 검사를 여러 가지 하니 목소리에 변화가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이 더 커졌다.
찬양은 내게 단순한 노래가 아닌 기도이고 은혜의 통로이다. 성가대에서 온몸과 마음으로 찬양을 올리면 늘 은혜가 넘쳤다. 수술을 앞둔 나의 기도는 이랬다. ‘수술을 잘 마치고 성가대에서 찬양을 올려드리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여 주소서.’
6월 9일 아침 8시, 몸에 링거를 매달고 다시 초음파검사를 받았다. 오른쪽 목이 아프지 않으냐고 한다. 실제로 누르면 수술하기로 한 왼쪽보다 더 아프고 육안으로 보기에도 부어 있다. 왼쪽 갑상선만 수술하기로 했지만 수술 중에라도 양쪽 모두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들었기에 아, 양쪽 모두 절제해야 되나 보다... 담당 의사가 일찍 회진을 왔다. “상황이 좀 복잡하다. 입원 전에 한 CT 촬영 결과 큰 변화가 있어 초음파검사를 다시 했다. 흔적은 살짝 남아 있지만 수술하려 한 왼쪽 종양이 없어졌다. 오른쪽에 없던 혹이 생겼지만 단순한 염증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수술은 안 해도 된다”라고 말했다.
할렐루야! 그 순간 본당에 퍼지는 호렙산 기도회의 기도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기도의 동역자들이 떠오르며 혼자보다 함께하는 기도의 힘을 보여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기도가 절실한 순간 내가 어디에 있든지 그 갈증을 아시는 주님은 나의 필요와 목마름을 해결해 주셨다. 구하고 바란 것보다 넘치게 채워 주셨다.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아멘. 6월 9일 퇴원한 나는 6월 10일 호렙산에 올랐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