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문화와 만나다
한눈에 명화로 보는 신약성경 이야기(18)
2022년 10월 9일
예수 그리스도와 세례 요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 회개의 복음을 전하는 세례 요한_ 세례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가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죄의 회개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했다. 그는 모든 유대인에게 요단강에서 물로 세례를 주며 죄 사함을 받게 했지만,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에게는 ‘독사의 자식들’이란 표현을 하면서 그들을 책망하고 비난했다.
프란체스코 수카벨리의 작품
세례 요한은 광야에서 금욕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나 예수의 활동지는 광야나 사막이 아닌 인간 사회였다. 세례 요한은 고행과 금욕의 인물이었지만, 예수는 여느 사람처럼, 사람들과 생활하며 그들과 함께 먹고 마셨다. 요한은 회개의 세례를 주었으나 예수의 가르침의 핵심은 회개가 아닌 ‘하나님 나라’였다. 이것은 하나님과 예수의 관계와 비슷하며, 인간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데 중점을 주었다.
또 세례요한의 하나님은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벌을 내리는 진노의 하나님이자 심판의 하나님이지만, 예수의 하나님은 죄인들조차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가 온다’라는 것이 세례 요한에게는 심판의 표징(表徵)으로 나타나지만, 예수에게는 죄인들에 대한 자비와 사랑의 표징으로 나타난다.
예수의 핵심 메시지는 회개가 아닌 하나님 나라였다. “때가 차서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라는 말씀 속에 회개는 하나님 나라를 맞이하는 데 필요한 준비 과정일 뿐이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위협과 심판으로 보여주지 않았다. 온갖 병자들을 치유하고 죄인들과 함께하며 직접 보여주셨다.
세례 요한의 시간이 하나님 나라가 오기 전 마지막 시간이라면, 예수의 시간은 하나님 나라가 가득한 시간이었다.
▲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푸는 예수 그리스도_ 모여 있는 무리의 배고픔을 헤아린 예수 그리스도가 한 소년에게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받아서 5천 명을 먹이는 장면이다. 이 사건으로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란 말이 나왔다. 암브로시우스 프랑켄의 작품
예수는 세례 요한의 죽음을 들었다. 그 무렵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두 명씩 짝지어 보냈던 제자들이 돌아왔다. 예수와 제자들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예수는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건너편 벳새다로 갔다. 많은 사람이 알고 몰려들었고, 예수는 환자들을 고쳐주기 시작했다. 군중들은 전혀 흩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저녁때가 되자 설교를 마친 예수에게 제자들이 다가와 말했다. “주님, 날이 저물었으니 군중들을 헤쳐 제각기 음식을 사서 먹게 하도록 마을로 보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예수가 제자 빌립에게 말했다. “그들을 보낼 것 없이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예수는 제자들의 믿음을 시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의 말을 들은 빌립은 기가 막혔고 이렇게 대답했다. “주님, 이 많은 사람을 먹이려면 2백 데나리온으로도 모자랍니다.”
2백 데나리온은 큰돈이었다. 당시 노동자의 하루 일당이 1데나리온이니 2백 데나리온은 반년 이상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예수의 제자들은 그동안 수많은 기적을 보아왔으면서도 아직 예수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했다.
그때 안드레가 광주리 하나를 들고 다가와 말했다. “우리에게 지금 있는 것은 한 소년이 준비해온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입니다.” 광주리를 받아든 예수는 하늘을 우러러 감사 기도를 하였다. “이것을 나눠 주어라.”
제자들은 서둘러 군중들을 오십 명 단위로 앉게 한 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떡과 물고기는 군중들에게 나누어 주어도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제자들은 계속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마침내 5천 명이나 되는 어른들과 많은 아이들이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주워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그러자 기적을 경험한 군중들의 목소리가 높아갔다. “저분은 분명히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예언자야. 우리의 왕이 되셔야 할 분이야. 어떤 병이든 다 고치시고, 귀신을 쫓아내시고, 죽은 사람도 살리시는 저분을 왕으로 세운다면, 로마 제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 거야.”
군중들은 당장이라도 예수를 왕으로 추대할 분위기였다. 그러나 예수는 홀연히 그 자리를 떠났다. 예수가 말하는 나라는 이 땅에 속해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