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현장
눈이 내리면 생각나는 사람
2023년 3월 26일
목회현장
- 도신우 목사(야마가타 광림교회)
우리는 보통 눈 내리는 것이 다른 자연 현상에 비해 꽤나 낭만적이라 생각한다. 특별히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기라도 하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좋아할 이가 많다.
그러나 군필자라면 다들 안다. 눈이 때로는 얼마나 큰 짐이 되는지를. 이곳 일본의 야마가타 지역은 타지역에 비해 눈이 많은 지역이다. 지난 성탄절에는 무릎 위까지 쌓인 눈으로 인해 예배 직전까지 눈삽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또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중반에도 함박눈이 내렸고, 겨울왕국의 엘사가 되고 싶다던 딸도 이제는 겨울 눈이 지겹다고 한다.
우리 교회의 자랑 중 하나는 주차장이다. 교회 바로 옆이 주차장인데, 스무대 이상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공간이 있다. 대중교통 시스템이 미약한 시골동네이기에 자가용은 이곳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는 필수품이다. 그래서 교회 오려면 다들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기에 주차장이 넓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된다. 그런데 이 장점이 때로는 어려움이 될 때가 있다. 바로 겨울이다. 겨울이면 눈이 많이 내리기에 제설로 한 겨울에도 셔츠 카라가 땀으로 축축히 젖을 정도이다. 눈이 원망스러워지기는 군대 이후 처음이다.
눈(雪)이 눈(目)앞을 가리던 어느 날, 눈삽을 들고 제설을 하는데 다시 눈이 쌓인 것을 보고 힘이 빠졌을 때다. ‘제설차가 한 번만 지나가 주면 좋겠는데, 예배 전에는 눈이 멈추면 좋겠는데.’ 이러한 불만 불평의 마음들이 가득차갈 무렵, 문득 예배드리러 오는 성도님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교회까지 오기 위해 자신들의 집 앞마당을 쓸고, 길을 만들고, 먼 길을 달려오시는 성도님들의 수고가 떠올랐다. 불만으로 가득찬 나를 돌아보게 하고, 그 불만의 마음들을 오히려 감사의 마음으로 전환시켜 주었다. 부족한 종에게 주시는 주님의 생각, 주님의 마음이다.
이제는 눈이 내리면 성도들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험한 눈길을 뚫고 오는 성도들을 더 생각하게 되고, 성도들을 위해 더 기도하게 된다. 그리고 오직 예배드리기 위해 눈을 뚫고 성전으로 향하는 성도들이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너무나 감사해서 성도들과 이 마음을 나누었더니 제설했던 주차공간이 가득차는 뿌듯함도 누렸다. 눈 내리면 성도들은 반대로 주차장의 눈을 치우느라 애쓰는 목사를 생각했다고 말한다.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눈 내리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음에 참 감사하다. 그나저나 올해는 눈이 적게 왔다고 하니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