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현장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
2023년 7월 9일
목회현장
- 서정일 목사(광림아트센터)
광림아트센터에 사역하면서 직함이 두개가 되었다. 목사와 관장이다. 영어로 목사는 ‘Reverend’ 혹은 정식 신학교를 나와 목회하는 이들을 총칭하여 ‘Pastor’ 라고 한다. 광림아트센터에서 부여 받은 관장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하다가 COO (Chief Operating Officer)라고 정했다. 한글로는 최고운영책임자이다. 많은 분들이 COO하면 뭔가 근사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최고’라는 단어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더 비중이 있는 것은 운영 책임자이다. 광림아트센터는 교회에 소속되어 있지만 일하는 상대의 대부분은 일반단체, 공연 기획사들이 많다. 그러므로 계약과 미팅에서 법률적인 부분을 고려하며 많은 부분이 돈과 연관이 있고, 최종적인 운영의 결정, 판단과 실행은 곧 책임과 연관이 있어 여간 어렵지 않다.
모든 직함에는 의무(책임)와 권리가 있다.
저의 목사 안수 과정 때는 감리교에 인턴 제도가 없었기에 무조건 3년 동안 단독목회를 해야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었다. 하안동에서 3년, 춘천에서 1년 단독목회를 걸쳐 2002년 감리교 동부연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목회 3년 동안 과정(매년 시험과 논문, 구술면접)을 걸쳐 받게 되는 안수라 그 전날은 무척 기쁘기도 하지만 긴장되고 두렵기도 했다.
그때 저는 순진하게 ‘이제 내일 목사 안수를 받으면 설교 원고도 술술 풀리고, 강단에서 떨지 않고 유창하게 설교와 기도를 잘 하게 되겠지. 목사님들의 손이 내 머리에 얹어져 기도하면 뭔가 뜨거운 것(?)이 나를 지배하며 특별한 체험이 있겠지’ 라며 큰 기대감으로 안수를 받았다. 안수례 중에 땀은 흘렸지만 뭔가 뜨거운 감흥이 없어 ‘이게 아닌데... 아~ 내일 새벽기도부터는 내 기대에 부응하는 뭔가 있을 거야!’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안수 받은 다음날 새벽기도 설교는 예전 보다 더 더듬거리고, 기도도 생각한 것만큼 잘 되지 않았다. 그날 새벽기도를 하며 ‘하나님, 이 안수가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여쭈어도 보았다.
그리고 묵상 기도를 하는 가운데 제 마음 속에 ‘이 봐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 않아.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을 망각하면 타락한다. 왕의 권위만 생각한 사울은 때를 기다리지 못했고, 다윗도 왕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했을 때 이웃집 아내를 탐하는 실수를 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그 칭함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늘 기억할 때 한결같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