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로버트 알렉산더 하디 선교사의 영적 각성 12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해입니다. 그러나 하디 선교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3년 하디 회심 110주년을 기념하기 몇 년 전부터입니다.
그동안 하디는 한국 선교 역사에서 잊혀진 선교사였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목회자와 역사학자의 연구로 1907년 평양 대부흥 이전에 1903년 원산 대부흥이 있었으며, 그 중심에 하디의 영적 각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865년, 하디는 캐나다 온타리오 세네카라는 동네에서 감리교인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 제임스 하디는 아들에게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 ‘로버트’와 일찍 죽은 동생의 이름 ‘알렉산더’를 따서 로버트 알렉산더 하디라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디가 열 살이 되던 해에 그의 어머니는 막내 동생을 낳고 돌아가셨고, 4개월 후에는 아버지마저 여의게 되었습니다.
하디와 동생들은 뿔뿔이 흩어져 친척들에 의해 길러졌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농부로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부모를 잃고 형제와 떨어져 외로운 소년기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열 다섯 살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학업을 마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때,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교회를 다니던 마가렛 마틸다 켈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도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는데, 이 외에도 둘은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둘에게 부모님이 남겨주신 것은 신앙의 유산이었습니다. 그들은 부모님의 말씀을 따라 ‘세상에 가장 유익한 존재가 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보다 유익한 존재가 되기 위해 기독교인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디는 바로 토론토로 가서 토론토 의과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 곳에서 YMCA의 포어맨 목사가 “의사가 많은 캐나다에서 의사가 되는 것보다 선교지에서 의사가 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에 즉시 해외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당시 약혼녀였던 켈리에게도 편지를 썼습니다. 켈리의 대답은 “기꺼이 함께 가겠다”였습니다.
하디에 앞서 토론토 의과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던 게일이 한국에 파송되었습니다.
게일은 처음에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는데, 당시 한국의 의료 상황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한양을 제외한 다른 도시들은 병원이 없었기에 전염병이 걸리면 죽는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많은 선교사들이 전염병, 천연두, 이질 같은 것으로 선교 사역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죽었습니다.
게일은 한국에 의료 선교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토론토 의학생 기독교 청년회에 알렸고, 당시 한국에 있던 선교사들도 한국의 상황을 알리면서 하디는 의료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유리한 환경보다는 불리한 환경을 택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 결과, 1890년 하디 부부는 토론토 의학생 기독교 청년회로부터 한국에 파송됐습니다.
학생들이 지원하는 적은 선교비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교사가 되기로 선택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유익한 존재가 되라”는 부모님의 유훈과 “선교지에서 의사가 되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겠냐”라는 포어맨 목사의 권면이었습니다. 그리고 “기꺼이 함께 가겠다”는 아내의 응원, 더 나아가 “더 어려운 곳을 찾아가겠다”는 하디 자신의 결심이 만든 합작품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