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현장
선교사들의 풍요한 안식과 사역을 위하여
2023년 9월 10일
목회현장
- 이상훈 목사(아펜젤러세계선교센터)
어느 토요일 저녁 늦게 동남아 선교지의 Y 선교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센터에 머물고 있는 자녀가 아프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가 부모가 귀국한 동안 함께 있다가 부모는 먼저 선교지로 돌아가고 자녀는 며칠 더 있다가 학교기숙사로 돌아갈 요량이었는데 그만 병이 난 것입니다. 급한 마음에 선교지의 부모에게 전화했고, 난감한 부모는 나에게 전화를 한 것입니다. 나는 급히 자녀에게 전화해서 증세를 묻고, 필요한 약이 있는 사무실의 위치를 알려주고, 몸 상태가 어떤지 물었습니다. 대답이 짠합니다. 자기가 부모님을 닮아 웬만하면 잘 참는데 이번에는 눈이 갑자기 충혈되고 열도 나고, 음식도 먹기 어려워 부득이 선교지의 부모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다음날 일찍 센터에 가서 심방을 하고, 필요한 것들을 사도록 도와주고, 기도해 주고 교회로 향했습니다. 선교지에 있는 부모들의 심정이 어떨지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척박한 선교지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인내하며 선교하는 부모님을 보며, 그 자녀들도 참아내는 것을 배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대학교 1학년인 그녀가 부모에게 사랑을 독차지 할 나이에 일찍 철이 든 것입니다. Y 선교사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나아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애쓰셨다고.
사실 2년 전 선교센터에 파송을 받을 때는 어떤 사역을 하게 될지 궁금했습니다. 지나보니 아주 다채로운 사역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몇 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선교사들의 은행 계좌 개설하는 법, 카드 만드는 법, 버스노선 안내, 택시 부르는 법, 방 청소하는 법, 택배 신청하고 받는 법, 쓰레기 분리수거법, 예약했다가 사정으로 취소하는 선교사들 대응법, 입학하는 자녀들의 짐 옮겨주는 것, 세탁기와 탈수기 관리, 선교지의 이야기 들어주기, 지하식당의 조리기구 점검, 와이파이 안내, 전기, 가스, 물 절약 홍보, 등 등 그러나 때로는 사랑 많으신 선교사 사모님이 혼자 있는 선교사나 자녀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노 목사님이 그룹을 만들어 이른 아침마다 성경을 같이 읽고, 한의사인 여선교사님이 진맥을 보아주고 같이 경동시장을 다니며 이야기보따리를 풀 때 조금씩 환해지는 센터에서 깊은 감명과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느낍니다. 아무쪼록 부요케 하시는 예수의 생명을 열방에 증거하는 센터에 머무는 모든 이들에게 건강과 평안과 안전이 늘 함께 하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