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문화와 만나다
한눈에 명화로 보는 신약성경 이야기(37)
2023년 8월 27일
십자가형을 받은 예수(막 15:12-15)
광림뉴스레터
▲ 빌라도 총독을 설득하는 유대 지도자_ 유대의 지도자들인 제사장과 산헤드린 위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처형해 달라고 빌라도 총독을 설득하고 있는 장면이다.
“빌라도가 또 대답하여 이르되 그러면 너희가 유대인의 왕이라 하는 이를 내가 어떻게 하랴 그들이 다시 소리 지르되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빌라도가 이르되 어찜이냐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하니 더욱 소리 지르되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하는지라 빌라도가 무리에게 만족을 주고자 하여 바라바는 놓아 주고 예수는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주니라” (막 15:12~15)
예수의 심문을 끝낸 빌라도 총독은 유대 지도자들과 예수를 고발한 무리에게 말했다.
“나는 이 사람을 심문하였지만,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했다. 너희가 말한 죄목이 이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사람을 놓아주는 것이 옳다.”
이 말을 들은 유대 지도자들은 크게 화를 내며 동요하였고, 예수를 죽여야 한다고 격렬하게 고함을 질렀다. 그런데 당시 유대의 관례에 따르면, 명절 중에는 유대 무리가 지명하는 죄인 한 명을 사면해 주는 것이 있었다. 때마침 바라바라는 악명 높은 죄인이 있었다. 바라바는 열심당 행동 대원을 이끌면서 군중을 선동하여 반(反) 로마 무력 항쟁을 일으킨 자였다. 그는 유월절 기간에 예루살렘에서 폭동을 일으켰으나 로마 군대에 진압 당하고 생포되어 감옥에 갇혀 있었다.
빌라도가 유대 지도자들과 유대인 무리에게 말했다. “유월절이면 한 사람을 특사로 풀어 주는 전례에 ‘당신들의 왕’을 당신들에게 놓아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오. 당신들은 어떤 죄인을 놓아주기를 원하오? 바라바요? 아니면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요?” 그러자 유대인 무리는 당장 폭동을 일으킬 듯한 기세로 크게 고함을 질러대며 빌라도에게 요구했다. “바라바를 특사로 풀어 주시오! 그리고 예수를 처형하시오!” 바라바는 살인자에 폭동을 주도한 중죄인으로, 유대인 무리의 요구는 가당치 않았다. 빌라도 총독이 다시 무리에게 말했다. “도대체 무슨 까닭이오? 저 사람이 무슨 악한 일을 하였소?” 그러자 대제사장이 빌라도 총독에게 말했다. “예수를 놓아주면 총독은 로마 황제에게 충성하는 신하가 아닙니다. 스스로 왕이라고 하는 자는 반역하는 자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를 석방한다면, 총독 역시 황제에게 반역하는 것입니다.” 빌라도 총독은 예수를 놓아주고자 했으나 도무지 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빌라도가 유대인 무리에게 말했다. “나는 이 사람에게 아무 죄도 찾지 못하였소. 그러니 채찍질하여 놓아주겠소.”
그는 우선 바라바를 놓아주도록 지시하고, 예수를 채찍질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채찍질은 죄인들의 고통을 더해 주기 위해, 채찍 끝에 뾰족한 돌멩이가 달린 세 가닥의 가죽 채찍으로 죄인들의 몸을 각각 열세 차례씩 모두 서른아홉 번을 때리는 가혹한 형벌이었다. 구약시대 선지자 이사야의 말처럼 ‘그리스도가 채찍에 맞는다’는 예언이 이루어진 것이다. “나를 때리는 자들에게 내 등을 맡기며 나의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나의 뺨을 맡기며 모욕과 침 뱉음을 당하여도 내 얼굴을 가리지 아니하였느니라”(사 50:6)
채찍질로 예수의 몸은 갈기갈기 찢겼다. 그는 일어설 기력조차 없었다. 한편 대제사장과 유대 지도자들은 무리를 선동하여 예수의 처형을 요구하도록 하였다. 빌라도 총독은 다시 예수를 유대인 무리 앞에 세웠다. 예수의 참혹한 모습에도 무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소리 질렀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빌라도 총독이 무리에게 따졌다. “무슨 죄목 때문이오?” 그러자 대제사장을 비롯한 유대인 무리의 함성이 더욱 커졌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그는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였소.” 그러자 빌라도 총독도 소리쳤다. “나는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하였소. 그러니 당신들이 데려다가 못 박으시오.” 빌라도 총독은 자칫 폭동이 나려는 것을 보고 예수의 생명을 포기하였다. 그는 대야에 물을 가져다가 무리가 지켜보는 앞에서 씻으며 말했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책임이 없소. 지금부터는 당신들의 소관이니 당신들이 책임지시오.” 무리가 대답했다. “그의 피에 대하여는 우리와 우리의 자손들이 책임지겠소.”
결국, 빌라도는 바라바를 놓아주고,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히도록 넘겨주었다.
▼ 군중 앞에 선 예수 그리스도_ 군중들이 살인자 바라바를 석방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처형하라고 외치고 있는 장면이다. 레옹 제롬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