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현장
“저는 다 괜찮습니다”
2024년 4월 14일
목회현장
- 김호영 목사(10선교구)
GOD라는 그룹의 ‘어머님께’라는 노래에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잘 알려진 가사가 있다.
이 가사는 가난한 삶 짜장면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려는 어머니 마음의 표현이었다.
우리는 서슴없이 거짓을 말한다. 세상의 거짓에는 흉계와 계략이 담겨 있지만 부모의 거짓에는 진심과 사랑이 담겨 있다.
심방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성도들이 내민 기도 카드에는 ‘나’는 온데간데없다. 하나같이 남편,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주, 손녀 이들의 긴급한 사안과 앞날을 위해 하나님이 언제나 함께하시길 간절히 바라는 간곡한 기도가 담겨 있다. 아니 어떤 때는 기도 카드가 없다. 기도 제목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다. 그런데 그 많은 기도 제목 하나하나 이야기를 들으며 담아낸 기도의 제목 안에도 ‘나’는 없다.
그래서 여쭈었다. “오늘 심방 받을 주인공은 권사님이신데 주인공의 기도 제목이 없으시네요. 권사님 기도 제목 주세요!” 그러면 하나같이 하시는 말씀이 “이게 내 기도 제목이에요. 저는 특별한 거 없어요. 다 괜찮아요.”
그러면서 덧붙이시는 말씀은 “저는 이제 앞으로 한 10년만 딱 살다가 갈 겁니다.”
그런데 진실은 정반대다. 정말 괜찮지 않다. 온몸 여기저기를 이놈 저놈이라 하신다. 팔, 다리, 허리, 어깨, 목들이 저마다 통증을 호소하며 함께 해온 세월에 온몸을 이렇게 표현하는 거다. 그 안에는 수술과 병력, 그리고 가정과 자녀를 위해서 살아온 모진 세월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먹는 약도 거짓을 조금 보태어 이미 처방받아 드시는 약으로 한 끼를 해결해도 될 만큼이다. 그런데도 난 괜찮다고 하신다. 이 거짓이 담긴 진심은 하나였다. 자녀들에게 짐이 되길 바라지 않는 마음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은 기대 수명이 아니라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 시간일 뿐이다. 나는 죽어져도 자녀들만큼은 행복하길 바라며, 짐이 아닌 기도의 능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모든 권사님의 마음이었다.